사우디에 와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서양인들이 그리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뭔가 서구권의 사람들 하면 개인주의 성향이 매우 강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개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내 생각과 달랐다.
내가 위와 같이 생각한 이유는 따로 있다.
과거 대학생 시절에, 미국으로 약 3개월 동안 자원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다. 이 자원봉사활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또는 대학생들이 모여서 미국의 국립공원들을 다니면서 다양한 자연보호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값졌던 경험 중 하나로, 벌써 오랜 시간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때 사귄 친구들과 연락할 정도로 전우애가 깊어지는 경험이었다.
당시에 프로젝트를 한번 하면 약 10명 내외의 인원들이 작은 밴을 타고 목적지까지 가서 일을 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양인들이었는데, 한번은 쉬는 시간에, 내가 마트에서 과자를 사와서 옆에 앉은 친구에게 권한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매우 놀라면서 아주 고마워하였다. 그 모습을 보고 주변을 둘러보니, 각자 본인이 먹을 과자를 사와서 옆 친구에게 "먹어볼래?" 정도의 말조차 건내는 사람들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분위기를 인지하고, 이러한 풍경을 계속 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서양인들은 남에게 뭘 쏘지는 않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꽤 느낌이 달랐다. 회사에서 친한 남아공 친구, 영국 친구, 미국 친구 그리고 사우디 친구들은, 종종 커피를 마시러 가면 서로 산다고 하는 풍경이 벌어진다. 사우디는 서양은 아니니 그렇다 쳐도, 남아공이나 영국 친구는 꽤 의외였다. 덕분에 우리는 서로 돌아가면서 커피를 쏜다. 생각보다 서구권 사람들도 배려를 잘 하고, 남을 생각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커피를 쏠 때도 미세하게 차이가 있다. 최근에 가까워진 팀원 A가 있는데, 한번은 내가 커피를 쏜다고 하고 카페에 갔다.
주문대에서 그 친구에게, "마시고 싶은 거 시켜" 라고 말한 뒤, 그 친구가 특정 커피를 고르고 나도 내가 마시고 싶은 음료를 골랐다. A는 고맙다고 말한뒤, 다음에는 본인이 사겠다고 말했다.
며칠 뒤, 그 친구가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하여 따라갔다. 주문대에서 본인이 커피를 산다고 말한 뒤, 점원에게 "coffee of the day" 하고 주문한 뒤, 나에게 무엇을 마실지 물어봤다. 보통 coffee of the day는 말 그대로 '오늘의 커피'로, 가장 저렴한 커피를 말한다.
음료를 사기로 한 친구가, 본인이 가장 먼저 저렴한 제품을 시켜버리면 다음 사람이 더 비싼 걸 시키기 참 난감하다. 뭐 사실 어떤걸 마셔도 그만이긴하지만 어쨌든 나도 동일한 제품을 주문했다.
남아공 팀원 S는 이런 부분에서 배려가 깊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된다. 예를 들어 본인이 음료를 쏠 때, 꼭 나에게 먼저 선택권을 준다. 내가 뭘 마실지 고민하면, "가격 신경쓰지 말고 마시고싶은거 시켜" 라고 말한다.
커피 한잔에 경제적 부담을 느낄 만큼 궁핍하지 않은 것은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똑같이 베풀더라도 상대방을 좀 더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이렇게 했을때 남들에게 더 호감을 살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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