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을 쓴 시점으로부터 어느덧 라마단이 약 반 정도 지난 시점이 되었다.
2026년 라마단 시작
드디어 2026년의 라마단이 시작하였다.통상 아람코에서 달력을 나눠줄 때 라마단 기간이 표기되어 있긴 하지만, 실제 라마단 시작은 하루이틀전 달의 움직임을 보고 공표가 된다. 라마단은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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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기간에 좋은 점은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아침에 회사에 왔을 때 좋은 주차 자리를 손쉽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평상시에도 조금 일찍 오는 편이라서 사무실에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는 편이지만, 라마단 때는 가장 좋은 위치를 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아침에 오면 팀에서 나를 포함해 약 3명 정도가 전부인 터라, 비교적 여유롭게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것이 가능하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9시는 돼야 오기 때문에, 7시에 오는 우리는 거의 사무실이 텅 빈 느낌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업무에 집중하기 편하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미팅이 잦은 편이다보니, 이런저런 미팅에 치이다보면 개인적으로 시간을 들여서 검토해야 하는 업무를 보기가 어려울 때가 많은데, 이른 오전 시간에 집중해야 할 업무들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조용한 사무실이 한 몫 한다.
며칠 전에 별 생각없이 일을 하다가 점심을 먹는데, 팀원 한 명이 이야기를 했다.
팀원: 라마단에 이렇게 일부 인원들만 쉬는거 진짜 웃기지 않아?
나: 뭐가?
팀원: 아니, 이렇게 무슬림들만 늦게 오고 일찍 집에 가는 거. 결국 누군가를 강제적으로 희생시키는 거잖아.
나: 희생시킨다는게 무슨 의미야?
팀원: 생각해봐. 너희 팀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 근데 어떤 사람이 늦게 오고 일찍 가야되는데, 그 일은 언제까지 꼭 해야한다면, 결국 누가 해야겠어? 무슬림 아닌 사람들이 나머지 몫까지 해야되잖아.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거나 마찬가지인거지.
나: 아.... 듣고보니 그렇네
팀원: 내 이전 회사에서도 무슬림들이 있었어. 당연히 라마단 때 걔네들도 금식하지. 그렇다고 회사를 늦게 오고 집에 일찍 가지는 않아. 그냥 일은 똑같이 하는거야. 여기는 본인들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거고...
듣고 보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이야기였다.
오늘 한창 일을 하고 있었는데, 동료 한 명이 다가와 나에게 물었다. 오후 3시에 미팅이 있는데, 본인이 참석이 어려우니 대신 참석해서 발표 자료를 띄워주고, 미팅 중에 언급된 Action item들을 정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물론 그 친구도 무슬림인 친구였다.
당연히 3시 전후로 집에 가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걱정 말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난 뒤에 갑자기 며칠 전에 다른 팀원과 이야기했던 위의 내용이 생각이 났다. 갑자기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게 되었다...

이런 부분이 참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그냥 다름을 인정하면서, '그들은 그들의 문화가 있으니, 어떻게 하든 신경쓰지 않고 내 할 일이나 잘하자' 라는 생각을 하면 그만이지만, 그로 인해서 나에게 업무가 가중된다면 분명히 탐탁치 않은 상황임은 분명해진다. 특히, 이를 인지하고 있지 않을 때와 인지한 상태에서는 그 차이가 더 심해지게 되고 말이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아람코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아람코 규칙을 따르는 것이 맞다. 실제로 라마단 기간에는 이 곳뿐 아니라 정부기관 또한 업무 시간이 상당히 단축된다. 다만, 글로벌 비지니스 환경에서 특정 문화/종교를 유지하는 것이 회사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는 다시 한 번 경영진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경쟁력 여부를 떠나서 회사 내부의 직원들 간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뭐 라마단의 장점들도 있으니, 며칠 남지 않은 라마단 기간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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