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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사우디 아람코 매니저 집 방문

by 로지컬엔지니어 2025.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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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연히 부서 내의 매니저 중 한명의 집에 초대된 적이 있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파트너 사의 인원들과 며칠 미팅을 했는데, 둘째날에 매니저, 나, 그리고 파트너 사의 시니어급 매니저 두 명과 함께 회의록 검토를 하던 중이었다.

   . 아람코 매니저: "오늘 저녁 우리 집에서 하는 거 알지?" 

   . 파트너 매니저: "ㅇㅇ 알지~"

마지막에 이런 얘기들을 하면서 검토를 마치고 떠났다. 

 

마음 속으로 '아, 이 매니저 집에서 같이 저녁 먹기로 했구나' 하면서 회의록을 슬슬 마무리하고 집에 가려는 채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매니저가 "너도 올래?" 하는 것이었다.

어제는 미팅 참석자들끼리 다같이 대규모로 회식도 했고, 솔직히 오늘 저녁은 내가 끼는 것이 좀 맞지 않는 것 같아보여서, 

   . 나: "나같은 쩌리가 가도 되는거야? 높은 사람들끼리 만나는 자리 아니야?" 

   . 아람코 매니저: "No~ 오히려 너가 오는게 더 환영이지, 내 아들도 너를 궁금해해, 컴온" 

 

라마단 기간이라 전날 회식도 저녁 9시부터 시작했던 터라 상당히 피곤했으나, 매니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오라 하니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파트너 사의 인원 한 명이 저녁 회의가 있는 관계로 저녁 6시 반에 모이기로 한 것이었다. 나 또한 사우디 아람코의 매니저 (여기서 지칭하는 매니저는 한국으로 치면 과장~차장 정도의 느낌이다) 는 대충 어느 정도 집에 사는지도 궁금했기에 살짝 기대는 되었다. 매니저가 찍어준 집으로 가니 아래와 같았다. 

 

대충 큰 집에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직접 앞에 서니 상당히 웅장한 모습과 함께 전등도 멋지게 켜져 있었다. 문 앞에서 벨을 누르니 매니저가 전통 의상을 입고 반겨 주었다. 대문에 들어온 뒤, 작은 마당같은 공간을 지나 집 내부로 들어갔다. 

이미 파트너 사의 시니어 매니저 두명은 모두 와 있었고, 아래와 같은 응접실에서 각각 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응접실이 매우 넓어서 (대충 우리 나라의 4,50평대 아파트 거실 정도 느낌이었다), 각자 소파 한 귀퉁이에 앉게 되었는데, 사람 간 거리가 1.5~2미터는 떨어지게 되었다. 

 

각자 앉은 자리 앞에는 아래와 같이 작은 개별로 탁자가 놓여져 있었다. 탁자에는 물과 튀김 (우리로 치면 맛탕 느낌?), 대추, 그리고 요거트 같은 소스가 있었는데, 같이 담소를 나누며 아라빅 커피와 함께 먹는 식이었다. 보통은 둘러 앉아서 가운데에 먹을거리를 놓고 얘기를 나누는 우리 나라의 문화와는 사뭇 달라서 어색했다. 

 

특히 신기했던 건, 매니저의 아들이 옆쪽에 앉아 함께 있다가 우리들의 커피가 다 비워질때마다 와서 다시 따라주는 것이었는데, 여기 중동식 예절 교육인건지 참 신기했다. 어른들끼리 얘기할 때 조용히 옆에서 듣고 있다가 커피잔이 비워갈 때마다 센스있게 와서 다시 채워주었는데, 귀엽기도 했고 대견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대충 우리 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 되는 나이였는데, 어른들의 지루한 이야기를 들으며 앉아있는 것이 견디기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가 저녁을 먹으러 방을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길에 응접실과 비슷한 큰 방을 하나 더 가로질러서, 손 씻는 곳에서 간단히 손을 씻었다. 근데 손 씻는 곳이 무슨 5성급 호텔같았다. 유리도 터치식 램프가 되는 것이었고, 벽이나 소품들이 매우 고급스러워보여 놀랐다. 나뿐 아니라 파트너 사 매니저들도 같이 웃으면서 무슨 호텔 온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저녁 식사가 차려진 방으로 안내되었는데, 식사는 양고기 스프, 사모사 (튀김), 샐러드, 사왈마 (케밥요리), 캅사 (or 만디) 였다. 스프를 처음에 먹은 뒤, 각자 알아서 여러 음식을 먹었는데 모두 맛있었다. 무엇보다도 식기류가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여서 탐이 났다. 파트너 사 매니저 중 한명은 여성이라 그런지, 연신 음식이나 식기류를 사진찍기 바빴다. 

 

식사를 할 때 매니저의 아들 두 명도 함께 밥을 먹었는데, 옆에서 조용히 음식을 먹고 둘이 놀러 나갔다.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큰 아이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봤는데, '가능하다면 아빠와 같은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고싶다' 라고 말하는 것에 꽤 놀랐고, 한편으로는 참 멋진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나서, 잠깐 1층의 다른 곳들 구경도 하였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너무 멋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계단이 고급스러울뿐 아니라 나선형으로 이뤄져있어 인테리어 측면으로도 멋져 보였다. 다행히 우리가 다들 처음에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을 때, '우리집에 문제가 생기지만 않게 해줘~ㅎㅎ' 하면서 쿨하게 답해줘서 다같이 여기저기 찍었다. 

 

계단 뒤쪽에는 여성용 응접실도 있었는데, 역시 상당히 넓었다... 사실 집 내부의 일부만 본 것 뿐인데도 너무 넓어서 나에게는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다같이 여기가 얼마나 큰 거냐고 물어봤는데, 우리 나라로 치면 대충 200평은 넘는 크기의 집이었다. (부러웠다...)

 

2층은 따로 가보지 못했지만, 사우디 아람코의 매니저 집에 초대 받아서 즐거운 경험을 하고 온 것 같다. 나도 열심히 돈 모아서 나중에 한국에 5분의 1 정도의 집에서 사는 걸로 목표를 잡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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