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에 합격했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 중 하나가 휴가였다. 한국의 휴가 (여름휴가를 포함하여 약 20일 내외)와 비교하면 38일이라는 엄청난 일수를 주기 때문이다. 영업일 기준으로만 치면 약 두달이라니, 숫자만 보았을 때는 누구라도 떨리지 읺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게 된 사실은, 나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점, 그리고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것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휴가를 쓸 때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휴가 하루 당 하나의 휴가일수가 공제되는 개념은 동일하다. 그러나 만약 내가 일주일을 통으로 쉰다면?
정답은 5일이 아닌, 7일이 공제가 된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주중은 기본적으로 일요일부터 목요일로, 주말이 금요일, 토요일로, 일반적인 국가와 다르다. 이는 이슬람을 따르는 이유에서 기인하며, 대부분의 중동 국가는 모두 동일하다.
다시 휴가 얘기로 돌아오면, 만약 본인이 목요일까지 근무를 하고 주말을 쉰 이후에, 돌아오는 주에 모두 쉬고 다시 해당 주말을 쉬게 된다면, 그 주말 2일은 휴가일자에서 공제가 되는 시스템이다. 이게 상당히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위의 파란색 배경으로 표기된 날짜는 아람코에서 지정한 휴일로 보면 된다. (공휴일 종류가 다르나 총 13일이니, 그래도 꽤 많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4월 3일 하루를 쉬게 된다면 전 주의 주말부터 시작해서 총 9일을 연속으로 쉴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본인이 좀 길게 어딘가로 여행을 가고 싶어서 다음주 주말까지 쉬려는 목적으로 4월 10일까지 휴가를 쓴다면, 5일이 추가로 공제되는 것이 아니라 7일이 공제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 사람들의 경우, 이런식으로 전략을 많이 짠다. 일요일 하루만 출근하고 휴가를 써서, 다음주 목요일에 돌아오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되면 한 주를 통으로 쉬지는 않기 때문에 주말이 공제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으로 Repat 휴가를 갈 때에는 먼 거리를 고려해서 Travel day 명목으로 총 4일을 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략 한달 정도를 쉬고 오면, 주말때문에 깎이는 일부 휴가가 보상받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3주 이상 쉬고 올 경우에는 더 깎일 수밖에 없다)
만약 본인이 조금씩 쉰다면 온전히 38일이라는 긴 휴가일수를 잘 사용할 수 있겠으나, 굵게 1년에 두번 정도 긴 휴가만을 계획할 예정이라면 생각보다는 휴가 일수가 짧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안 흥미로운 사실은, 여기뿐 아니라 남아공 또한 비슷하게 주말까지 공제되는 휴가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는 곳이 늘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고, 이것이 아람코에서 일하며 소소하게 느끼는 재미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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