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사우디 아람코 본부 Town Hall Meeting

로지컬엔지니어 2025. 2. 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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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겨울이다. 이제 슬슬 겨울의 막바지라 볼 수 있는 시기긴 한데, 대략 10월부터 날씨가 좋아져 약 5~6개월간은 여기서 지내기에 최적의 날씨로 바뀐다. 이 때는 사실 한국보다 더 살기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날씨가 좋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겨울에 각 조직별(한국 대기업으로 치면 부문 또는 본부?)로 모임을 하게 된다. 한국 회사에 비교하면 뭔가 조직별 송년회와 신년회를 짬뽕시킨 느낌인데, 거기에 조금 더 업무적인 성격을 추가한 워크샵 미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리의 경우에는 해안가에 위치한 아람코 소유의 리조트에서 진행을 하였다.
이벤트 자체는 약 9시부터 시작하고, 회사에서 버스를 탈 수 있고 하였기에 나는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해서 약간의 일을 하다가 팀원들과 버스를 타고 출근하였다. (팀원들은 차를 마시며 시간을 때우다 같이 버스탐)

이벤트 장소는 약 사무실로부터 1시간 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안내를 받아 간 곳에는 큰 연회장이 있었고, 각 테이블마다 알아서 앉을 수 있게 구성된 원형 테이블들이 보였다. 안내 요원이 바깥으로 나가서 간단한 다과 및 아침을 즐길 수 있다고 하여, 우리는 통로를 따라 갔다. 원래 리조트로 쓰이는 건물이라 그런지, 다양한 부대 시설들을 볼 수 있었다.

일부 인원이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이쁜 수영장들이 여러 개 있었다
실내 게임장도 있고
바닷가에도 별도로 수영 공간과 의자들이 있었다

 

도착하니, 이미 몇몇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과 음료를 즐기고 있었다. 해외 컨퍼런스 등에서도 종종 느꼈지만, 이렇게 쉬는 시간에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는 적극적으로 여러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자그마하게나마 친목질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럴 때 아니면 평상시에는 맡을 섞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준비된 베이커리류가 특히 맛이 있어서, 두세번은 먹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눈치를 보고 이번 모임에서 가장 높은 분께 가서 인사도 살짝 드리고 악수 정도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마저 먹었다.

역시 어딜 가든 아라빅 커피, 차와 대추가 늘 있다
상당히 괜찮은 음식들이 잔뜩 보였다
빵, 과일 등등
은근히 종류가 많았다

 

슬슬 연회장으로 모이라는 얘기를 듣고 다같이 우르르 돌아왔다. 연회장 앞에는, 아까는 없던 제비뽑기 번호를 나눠주는 사람이 서 있었는데, 얘기를 하며 걷고 있었던 나는 종이를 먼저 받고, 옆 팀원은 다음 번호 종이를 받았다. (여기서 내가 늦게 받았어야 했다..)


들어가니 입구 바로 안쪽에 어떤 사람이 독특한 향을 내는 Bokhor(장례식 장에서 불을 피워 향을 내는 것과 비슷함)을 들고 서 있었고, 다들 한번씩 맡으며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사람에게 아라빅 커피를 받고 각각 자리에 앉아 Townhall meeting을 진행하였다. 

 

진행은 대충 조직장의 인사와 함께 지난 1년간의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였고, 각 부문과 팀에서 어떠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담당자별로 나와서 발표를 진행하였다. 아무래도 특정 프로젝트에서 일을 하다 보니 다른 팀에서는 어떠한 일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덕분에 많은 이해가 되어 좋았다. 

 

이 뿐 아니라,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주니어급 사원들이 본인들의 커리어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이런 걸 보면 아람코에서 주니어 엔지니어를 육성하는데 상당히 큰 공을 들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신입 사원들이 해당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가 여기서 본 케이스들은 모두 아람코에서 1~2년 정도의 시간을 보낸 뒤에 아람코 자회사나 연결회사에 파견을 가서 몇 년 정도 일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기본 프로그램이다. 자연스레 현업 경험도 쌓고, 중간중간 보고 발표 등도 하면서 인재 개발을 하는 것 같은데, 잘만 굴러간다면 꽤 좋은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는 것 또한, 그들에게는 큰 경험이자 자기 계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보인다. 

 

대충 발표가 끝나고, 이어지는 시간은 시상식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각 팀에서 중요한 일을 했거나, 고생했던 직원들을 위해 상을 주는 코너였는데, 조직 내에 다양하고 많은 팀들이 있는 관계로 상을 주는데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그러다가 우리 팀의 주요 성과 및 관련 담당자들이 호명되는 순간이 왔는데, 나도 그 중에 껴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트로피를 받게 되어 살짝 얼떨떨했으나, 기분이 좋았고 주변 동료들도 많이 칭찬해 주었다. 여기 와서 한국에서와 같이 열심히 일하며, 다른 인원들보다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런식으로 보상을 받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이어서 처음 연회장에 들어올 때 나눠주었던 번호를 기준으로 제비뽑기를 진행하며 상품으로 약 20만원 어치의 기프트카드를 주었는데, 나와 함께 번호표를 받았던 팀원이 뽑혔다!! 내가 만약 늦게 받았다면 기프트 카드는 내 것이었을텐데, 아무튼 둘이서 엄청 웃으며 이 행운을 축하하였다. 

나보다도 가족들이 더 기뻐해주었다

 

Town Hall Meeting이 끝난 뒤, 연회장 내부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전통 공연이 진행되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노동요를 부르며 율동을 하는 느낌이었는데, 옛날에는 이 곳들이 대부분 어업을 하며 생활했기 때문에 배에서 일어나는 상황들 묘사가 많았다. 줄을 이거나 끌고, 그물을 치는 등의 안무들과, 여기영차 하는 소리를 내며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그렇게 행사가 잘 마무리 된 이후, 모두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뷔페식이었는데, 종류가 상당했고 맛도 좋았다.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운 좋게 미리 줄을 서게 되어서 금방 음식들을 받아올 수 있었다. 중동 음식뿐 아니라, 인도 및 중식까지 맛볼 수 있었고, 디저트도 엄청나게 많았다. 

깐풍새우도 있어서 좋았다

 

점심을 다 먹은 뒤에는, 오후까지 외부 공간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준비된 액티비티를 하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조직의 높으신 분들은 대충 다 점심을 먹고 귀가하신(?) 듯하고 대략 팀장들이나 그 외 팀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아래의 액티비티 등을 진행하였다.

  • 매(진짜 매)와 사진 찍기 - 여기서 매를 팔에 올려놓고 사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근데 팀원이 사진 너무 못찍음)
  • 펀치 기계 - 왜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중동 친구들이 아주 즐거워하며 계속 함
  • 망치 기계 - 위와 마찬가지
  • 목걸이 만들기 - 대부분 여자들이 했다
  • 팔찌 만들기 - 위와 마찬가지
  • 카드 게임 - 나도 잘 모르는데, 은근히 많이 하였다
  • 마작(?) - 일본 사람들이 하는 게임 비슷한 것을 하였다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날씨가 정말 좋고 물도 맑았다
이름이 다나 리조트였다

 

이렇게 놀며, 버스가 출발하는 시간까지 (강제로) 시간을 보내다가 버스에서 다들 곯아떨어졌다. 차를 갖고 다이렉트로 왔던 사람들은 진즉 떠났기에, 버스 출발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많이 빠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음에는 차를 가져와야지...

 

그나저나 첫 Town Hall Meeting에서 생각지도 못한 상도 받고 하다보니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내년에도 받아서 진열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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