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영어 실력이 경쟁력

로지컬엔지니어 2025. 1. 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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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람코에서 일하면서 내가 가장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첫 번째도 영어, 두 번째도 영어, 세 번째도 영어다.

현재 우리 Department (한국으로 치면 좀 규모가 큰 팀)는 약 20명이 넘는 상당히 큰 부서로, 우리 부서에는 아래와 같은 다양한 국적, 인종의 사람들이 있다. 

  • 사우디
  • 남아프리카
  • 영국
  • 이집트
  • 미국
  • 캐나다
  • 인도
  • 한국

이 모든 사람들 중에서 영어를 가장 못하는 사람이 누구냐 하면, 바로 누가 봐도 나다. 기본적으로 위에 언급된 우리 팀의 모든 인원들은 Native, 또는 Native에 준하거나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영국/미국에서 나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영어에 큰 문제가 없다. 여기서, 위에 언급한 "영어를 가장 못하는" 의 기준은 바로 의사 소통.

 

팀 내에서 영어로 문서를 작성하거나, 이메일을 작성할 때 나의 영어 실력은 대부분의 사우디 사람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일부 인원은 영어로 글을 작성할 때 단어를 거의 제대로 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대부분 초안을 작성해놓고 나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수정 기능을 통해 철자를 고치기가 일쑤다. (빨간 줄이 그어진 곳에 마우스 우클릭 후, 원하는 단어로 변경) 그러나 그들은 나보다 훨씬 말을 잘 한다. 

 

한국에서 나의 영어 실력은 늘 상위였다. 대학교에 처음 들어가서 여름 방학 때 보았던 토익 시험에서 905점을 맞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내가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는, 토익 학원을 학창 시절부터 열심히 다녔던 내 친구가 900점을 넘어본 적이 없는데 나는 첫 번째 시험에서 900점을 넘었기에, 걔를 엄청나게 놀렸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영어를 잘하는 편에 속한다 생각했고, 이후 이직한 회사 또한 글로벌 회사였기 때문에 여기서도 다른 나라의 동료들과 의사소통하는 데에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아람코에 와서도 별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앞의 두 회사에서 나의 업무 대부분은 한국어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두 번째 회사 또한 업무 지원을 받을 때에는 회사 내의 동료들과 영어로 의사소통하였으나, 실질적인 업무들은 국내에서 한국어로 이뤄지고 있었다. 

 

여기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영어로 이뤄진다. 아주 사소한 뉘앙스 하나하나까지 영어로 표현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영어가 기본이라는 공감대를 모두가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에서 하는 영어처럼 기다려주지 않는다. 과거에 영미권에서 짧은 기간 Contractor 사무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외국 사람들과 의사 소통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려는 말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고, 내 말이 끝나고 나서 그들이 설명하는 내용이 잘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이 우리를 참 많이 배려해 준 것이었다. 우리가 Owner였기 때문에, 그리고 영어 Native가 아니었기 때문에 천천히 들어주고, 우리의 말이 끝나면 그들이 말을 시작한 것이었다. 여기서 만약 영미권 사람들이 주가 되는 미팅에 참여할 경우에 상황은 그 때와 완전히 다르다. 마치 우리나라의 시장통마냥 여기서 얘기하다 저기서 끊고, 동시에 두세명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그냥 멘붕이고, 찰나의 타이밍을 놓치면 내가 말 할 수 있는 기회는 날아간다.

 

다행히 나의 경력이나 업무 Performance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개인적인 생각)이나, 늘 영어가 상당히 발목을 잡고 있다고 느낀다. 따라서, 내 경우에는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영어를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1. 듣기 : 영어 의사 소통의 기본은 듣기이다. 말하기는 둘째치고서라도, 듣기가 제대로 안 될 경우 업무 지시 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 녹음 - 처음에는 Supervisor가 얘기할 때마다 모든 대화를 녹음했다. 그의 억양이나 말투에 익숙해지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약 한 달 정도 하니까, 그래도 확실히 그의 말을 듣는 데에는 익숙해지는 것을 느꼈다. 
    . 유튜브 또는 OTT - 최대한 모든 영상을 영어 기준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영어에 익숙해지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영상을 계속 보기만 해서는 빠르게 실력이 늘진 않는 것 같다. 
  2. 말하기 : 한국인들이 제일 안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영어 표현 정리 - 위에서 언급한 유튜브 또는 OTT 영상들을 보며 처음 들었던 표현들을 정리해서 읽어본다. 
    . 하고싶은 말 해보고 다듬기 - 내가 하고 싶었던 말 또는 하고 싶은 말들을 스스로 해보고, 이 표현들을 DeepL 등을 통해서 깔끔한 표현 또는 적절한 표현으로 바꾼 뒤에 다시 말하는 연습이다. 아래 유튜브 영상이 내가 했던 방법과 조금 유사한 것 같다. 효과가 좋은 것 같은데, 대신 꾸준히 하려면 강한 의지력이 필요해서 나도 매일 하진 못하고 있다.
    https://youtu.be/rwD8sZUCpuk?si=8EBOKhrzZFCU2hN8
    . 팀원과 커피 타임 - 일부러 Native들과 기회가 있으면 둘이 커피를 마시며 Small Talk을 하려고 노력한다.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더 친한 다른 한국인들이 있으나, 일부러 외국인들과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3. 그 외 
    . 영어 단어 정리 - 고등학교 이후로는 고급 단어들을 외운 적이 없기 때문에 생각보다 업무를 하며 내가 몰랐던 단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내가 노트북 화면을 연결하고 다른 사람이 한 말을 받아적어야 하는 상황에서 "Delienate" 이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뜻은 고사하고 어떻게 써야하는지조차 몰라서 머리가 하얘졌던 적이 있다. 
    . 원어민 대화 (고려중) - 캠블리 등의 플랫폼이 요즘에 참 많은 것 같다. 만약 내가 조금 더 빨리 영어 실력 향상을 꾀하고 싶다면 추가로 고려하고 있는 방안이다.

 

아람코에 지원하는 사람들이라면 기본적으로 한국 회사에서 어느 정도 실력이 있거나 평가가 좋은 사람들일 거라 생각한다. 즉, 여기에서 일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고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을 것임), 한국에서와 같은 업무 태도를 보인다면 분명히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영어 실력이 뒷받쳐주지 않는다면, 그 Performance는 분명 본인이 원하는 것보다는 낮은 모습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느끼는 참 아쉬운 부분이, 한국 사람들이 영어만 잘한다면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많을텐데 하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경력을 쌓으며 대단하다고 느꼈던 선배들만큼 훌륭한 사람들을 아직 아람코에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해외에 나오고 나서 한국에 있는 예전 동료, 선배나 후배 또는 친구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영어 공부 꾸준히 해.

 

영어 실력이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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